대한민국에서 축제, 문화행사 기획자로 산다는 것은

작성자 : 김지욱 작성일 : 2019-10-05 조회수 : 197

필자는 여러 종류의 축제, 문화행사, 국제행사, 재현행사 등을 주업으로 하여 살다보니 행사가 연기되고 취소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았고, 당하기도 하였다.

1994년에 서울정도 600주년 기념행사를 1주일 앞두고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서울정도 600주년 행사가 전면 취소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때 서울시청에서는 행사가 취소되었으니 행사 관련 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행사에 참여했던 회사들이 제작 중이었던 물건을 2.5톤 트럭 2대에 싣고서 서울시청 후정 주차장에 버리고 갔던 사건이 있었다. 이후에 서울시가 입장을 번복하여 해당 업체들에게 2~30% 정도의 비용을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 하였다. 아마 축제가 취소되어 중간 정산이라는 일을 해본 것이 이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에는 건국 50주년 기념행사로 광복절 중앙 경축식 및 광복 길놀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태풍 페니가 제주도를 거쳐 남해안에 상륙하여 전남 일부 및 경남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고, 결국 정부는 812일에 건국 50주년 광복절 기념행사 전체를 취소하였다. 행사를 3일 남겨 놓고 말이다. 이때는 중간 정산 과정을 통해서 일부 비용을 보존 받았지만, 행사를 완수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의 상당 금액은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중앙 경축식을 준비하던 모 광고대행사는 행정안전부와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관계로 한 푼도 보전받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44월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이후 가을이 될 때까지 전국의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었다. 이 시기에 얼마나 많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세월호 때문에 수많은 행사가 취소되었던 손해를 만회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맞이했던 2015년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메르스 사태가 발발하였다. 사람끼리 전염을 시키는 병이라고 하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어, 2014년의 손해를 복구하기는커녕 손해가 가중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 이후 좀 조용한가 했더니 금년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때문에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었고, 지금도 취소되고 있다. 우리 업계가 또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볼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축제나 행사가 중도에 취소되면, 중간 정산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우리는 또다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어떻게든 비용 지출을 줄이려는 발주처와 한 푼이라도 더 보전을 받으려는 업계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이 중간 정산을 여러 번 거치면서 느낀 것은, 늘 갑의 횡포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감사를 받을 때 징계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업계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곤 한다. ‘내년에 이 사업을 다시 수주하게 해 주겠다’, ‘이렇게 많이 정산 받으려고 하면 다른 사업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등의 감언이설 및 협박(?)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만 지급해왔던 것이다.

금년에는 또 얼마나 많은 갑들이 수많은 을들과 거기에 딸려 있는 병, 정들에게 갑질을 해대며 피해를 가중시킬 것인지...

 

축제 기획, 문화 기획 등을 하는 필자는 국민들을 힐링하고, 웃고, 리프레시할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축제와 행사가 취소되고 중간 정산하고, 갑질을 당하는 이런 상황을 반복해서 겪고 있는 필자는 너무 힘들다.

 

하지만 또다시 국민들을 힐링하고, 웃고, 리프레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필자가 살고 있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골병이 들어가면서도 말이다...

 

그동안 내가 돼지를 너무 많이 잡아 먹었나 보다. 이제는 돼지가 날 잡아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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