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마음> HOT POINT!

▶대학로가 주목하는 연출 성기웅, <서울노트>의 히라타 오리자를 만나다
▶진일보된 극사실주의 – 빠른 템포의 활발한 대화 구사
▶16명의 캐릭터들이 펼쳐놓는 일상 속 비극과 희극의 독특한 재구성
▶<과학하는 마음> 3부작 시리즈, 그 첫 번째 작품
▶과학을 소재로 한‘과학 연극’

<과학하는 마음> 기획 의도

일상을 사실적, 입체적으로 묘사한 리얼리즘 연극

주요 등장인물들은 연구에 매진하는 젊은 과학자들로 작가 히라타 오리자는 그들의 생생한 생활을 담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들의 일상을 미화하거나 포장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리얼하게 묘사하였으며, 인위적인 연극적 효과를 배재한 채 지극히 사실적인 대화들로 그만의 독특한 ‘동시다발대화’(무대상에서의 동시에 여러 인물들이 저마다의 대화를 해나가는 방식)가 가장 많이 구사된 작품이다. 16명의 과학도들은 과장이나 왜곡 없이 일상 속 있는 모습 그대로 묘사되며 이러한 인물들의 성격과 대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떠한 연극적인 부연설명 없이도 충분히 공감을 자아내는 것들이다.
이러한 독특한 형식을 통해 젊은 과학도들의 복잡다단한 일상을 지극히 사실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인류의 진화를 밝히고 인류의 미래를 바꾸려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젊은이들이지만 그들이 품고 있는 일상의 문제들은 어쩔 수 없이 소소하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것을 통해 이 연극은 첨단의 과학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존재감과 가치관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연극 <과학하는 마음>의 인간학적인 이야기

<과학하는 마음>은 일본의 한 국립대학 이공계 생물학연구소를 배경으로 한다.
이 연구소에서는 원숭이를 인간으로 진화시키는 실험 등 첨단 생명과학 프로젝트가 진행되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대에 실험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험실 입구쯤에 있는 연구원들의 휴게실과 같은 공간이 이 연극의 무대이다.
각 분야의 연구자, 대학원생, 학부생들이 생물학과 유전자공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그들이 나누는 일상적인 수다들을 통해 젊은 과학도들이 겪는 일과 생활의 편린들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일상적인 대화와 동시다발적인 사건 전개 속에서 관객들은 인간의 기원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또 늘 어긋나기만 하는 사랑의 애달픔, 일과 생활과 가족을 둘러싼 고민들을 통해 일상인으로써의 비애, 현대인의 고독을 절실하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매우 ‘인간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연출 의도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제도가 문과와 이과, 그리고 예체능계로 나뉘어져 있듯이 우리는 흔히 문과적인 머리와 이과적인 머리, 그리고 예체능적인 몸을 구분한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인문학과 자연과학, 예술, 체육 등을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 사태는 우리나라의 과학이 그런 총체적인 사고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드러내준 사건이었다. 반대로, 한국의 문화, 예술 분야는 그 동안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는 무관심했으며 인문학적으로 사고하고 인간적 가치만을 다루면 되는 줄 알았었다. 물론 연극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요사이 서구에서는 과학의 발달과 그에 따른 미래상을 다루는 이른바 “과학연극”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현대과학의 진보가 멀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또 우리가 죽어가는 방식까지를 확 뒤바꿔놓을지 모르는 일이라면, 연극을 통해 그 미래를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해보는 일을 어찌 안 해볼 수 있겠는가.
가까운 일본에서도 과학적 사고와 상상력이 연극 속에 담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나는 그 중에서도 <서울노트>의 원작자 히라타 오리자가 쓴 “과학하는 마음” 3부작을 눈 여겨 보아왔다.
현대과학의 난감한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작가는 특유의 유머를 구사해가며 다각적인 방식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해간다. 작가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관객 머리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객들의 머리 속에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고 관객 스스로가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 이 연극의 특징이 있다.
나는 이 작품이 과학적 지식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연극의 등장인물들은 인류의 운명을 뒤바꿔놓을지도 모르는 거대한 생명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상의 소소한 삶을 이어간다. 그들 사이에 오가는 수많은 대화를 들으면서, 그 사이에서 빚어지는 만남과 스침과 어긋남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첨단의 과학기술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가야 할 것인가,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마음을 통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매우 “인간학적인” 질문에 빠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