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시는 이벤트 행사대행 업체의 수익률이 3% 정도만 되도록 대행료를 책정하고 있다.

#2. 대기업 계열 대형 광고대행사나 방송사들은 이름만 빌려주고 실질적인 기획이나 운영은 이벤트 전문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다. 일단 수주 후 하청만 줘도 이들은 행사 금액의 7~15%의 중간 마진을 챙긴다.

#3. 전국체전 등 대형행사 입찰 참여 시 이벤트 업체는 기획서 출력비로만 2000만원~2500만원을 써야 한다. 행사를 수주하지 못하면 이 비용은 전혀 보상받지 못한다.

#4.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행사가 정치적 이유 등으로 취소됐다. 이벤트 업체는 관행적으로 수주 및 행사개최 준비 과정에서 쓴 대부분의 비용을 손실로 떠안는다.

산업연구원이 지적한 우리나라 이벤트 산업의 '불편한' 현실이다. 기업의 판매활동을 촉진하는 중요한 사업지원 서비스인 이벤트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벤트산업발전법'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13일 '우리나라 이벤트산업의 구조와 활성화 방안' 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이벤트산업 규모가 연간 약 1조6000억원~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 기업의 총 광고비는 2008년 기준 약 9조3116억원으로, 이 중 10%~15%인 9000억원~1조3000억원 정도가 기업의 이벤트 관련 지출로 추산된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사 및 축제경비는 2007년 결산 기준으로 7277억원.

이어 연구원은 "광고시장에서 BTL(직접 대면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이벤트 산업이 높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치명적 '암초'로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과 정부의 무관심을 꼽았다.

일단, 국내 이벤트 업계에는 적정 대행료 및 기획료의 개념 자체가 없다. 대행료 및 기획료 책정이 지나치게 낮아지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연구원은 "공공행사의 경우, 행사 관련 대행료 및 인건비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지자체나 국가 단체, 담당자의 인식에 따라 대행료 및 인건비가 천차만별"이라며 "이는 우리나라에서 기획이나 행사대행 같은 무형의 가치가 정상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하청구조도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 주최 대규모 이벤트는 주로 방송사나 대기업 계열의 대형 광고대행사가 이벤트기업에 하청을 주는 형태다. 대형 광고대행사 등은 BTL팀을 4~5명으로 최소 인원으로 운영하는 대신, 수주한 대형행사를 전문업체에 맡긴다.

연구원은 "월드컵, 올림픽, G20 등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메가이벤트의 경우, 대기업이나 방송사 계열의 대형 광고대행사가 계약을 주도하기 때문에, 전문성 높은 이벤트 전문업체의 수익률은 낮아지게 된다"며 "대형사 위주의 입찰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다면 현재와 같은 하청구조의 부작용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찰 및 행사 개최 준비과정에서의 불합리한 과정도 업체들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입찰과정에서 과다한 자료 제출 요구는 업계의 비용부담을 높이는 부작용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은 관련 자료를 PDF로 작성해 USB메모리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부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시와 컨벤션 산업은 모두 해당산업의 진흥법이 있지만, 이벤트 산업은 담당 주관부서 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이벤트 업체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세제 및 금융혜택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국내 이벤트 전문업체수는 약 3000개 정도로 추정되나, 정확한 수치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중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10개 이하로, 대다수가 영세 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