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연출감독과 대행사의 갈등, 그 본질은 무엇인가?

2025.08.22 11:31 엄상용 조회 1,900 댓글 5

행사 연출감독과 대행사의 갈등, 그 본질은 무엇인가? 


 

최근 지역축제, 그라운드이벤트(개·폐막식), 메가 이벤트 등에서 행사연출감독을 행사주최측이 지정을 하고 행사대행사는 이를 따르는 구조가 되면서 불평등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커지고 있다. 물론 이 제도를 실시하는 본연의 목적은 있다. 행사에 대해 비전문가인 행정을 대신하여 주최 측의 입장에서 행사를 지휘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문제는 이 입장이 ‘완장’으로 변하면서 파생되는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다. 


1. 예산을 무시한 ‘감독의 체면 행사’ 지향


연출감독은 대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직접 선임한다. 문제는 이들이 예산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도민체전 개·폐막식을 연출하는데 감독은 ‘올림픽’을 염두해 두고 있다. 예산이 10억이라면 그 범위 내에서 기획을 해야 하지만, 연출감독은 “더 멋지고 큰 행사”를 지향하며 실제로는 20억 이상의 스케일을 요구하기도 한다. 제작은 대행사의 몫이니, 결국 불가능한 조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만원으로 담배 한 보루와 치킨 한마리를 사오라”는 식의 모순적 요구와 같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적은 예산으로 큰 성과를 낸 행사’로 보이니 매우 긍정적이기에 감독의 신뢰는 무한으로 올라간다. 결국 행사주최측에게 신뢰를 받고 찾아주는 감독이 되지만 이면에 있는 행사대행사는 그야말로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협력업체와 손해를 나눠야 한다. 대부분 소상공인 규모의 업체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벤트 업계에서 이는 곧 생존의 문제다. 

 

2. 특정 업체 선호와 이권 개입 의혹

 

또 다른 문제는 연출감독이 특정 업체를 지정하여 발주를 유도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대행사가 정식 입찰을 통해 선정되었음에도,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연출감독의 지시 때문에 일감이 특정 업체로 흘러간다. 

 

감독 : 제가 원하는 연출이 있는데 이 업체가 아니면 안됩니다. 

주최(지자체 혹은 행정) : 대행사는 감독님의 말에 따르세요~ 

 

다소 과장은 됐지만 이런 경우가 다분하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과정에서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혹시 뒷돈이 오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성과 투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대목이다.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만 쉬쉬하는 경우는 혹여나 지자체나 행정에게 찍히지 않을까하는 염려에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수면위로 드러나는 것은 쉽지 않다. 

 

3. 권한을 앞세운 ‘갑질’ 구조

 

연출감독은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사실상 전권을 위임받는다. 이 권한을 바탕으로 대행사와 제작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갑질’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을 등에 업은 권위주의적 태도 앞에서, 영세한 대행사들은 반발조차 하기 어렵다. 결국 “을 중의 을”인 제작사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과연 행사연출감독 제도는 바람직한가?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행사연출감독 제도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소수 연출감독의 권한과 이익을 위해, 다수 이벤트 회사와 제작사들이 손실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면 이는 심각한 제도적 불균형이다. ‘공공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제도가 사실상 업계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있는 셈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안이 필요하다.

 

연출감독 권한의 분산: 기획·연출은 감독이 맡더라도, 실행 예산과 계약은 대행사가 책임지는 구조로 조정해야 한다.

 

투명한 절차 강화: 특정 업체에 대한 편향을 막기 위해 감독의 의사 결정을 기록·공개하고, 감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행사 보호 장치 마련: 무리한 요구나 갑질로부터 대행사를 보호할 수 있는 분쟁 조정 기구나 업계 차원의 규범이 필요하다.

 

행사는 한 사람의 성과물이 아니라 수많은 업체와 인력이 협력한 결과물이다. 소수의 권한을 절대화 하기보다, 다수의 공정한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균형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공공 행사의 진정한 성공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행정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아차리는 것이 우선 급선무이다. 

 


 엄상용(이벤트넷 대표, 관광학박사)

카톡: even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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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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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피디
2025.08.26 13:32   
감독선임제 이전부터 행사를 진행햇던 입장에서 이른바 케이스바이 케이스라고 상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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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위더스
2025.08.22 14:14   
침소봉대까지는 아닌 게 현실이지만 1. 모든 축제감독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을 추구하진 않습니다. 선한 영향력으로 대행사와 지자체의 협업을 이끌어 오신 감독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2. 을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갑이 등장하니 힘들 수 있습니다. 병,이나 정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대행사도 친소관계나 협업, 결재 등의 이유로 일감 몰아주기가 횡횡합니다. 지방행사에 지역업체들 입장에서는 또 다른 갑질로 보일 수 있습니다. 3. 권위적인 축제감독 문제는 자질과 인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을 위촉한 기관과 단체의 성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MICE 분야에서의 ESG [특히 G 부분] 실천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회장님 의견에 많은 부분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그래서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실제 사례와 함께 부정적인 부분을 줄여갈 수 있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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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신
2025.08.22 12:41   
회장님 항상 훌륭한 글 박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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