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정산, 아직도 해야 할까요?

공공기관 행사대행 계약에서 반복되는 불편한 진실
공공기관과 행사대행사 사이에서 늘 등장하는 단골 메뉴, 바로 사후정산입니다.
행사가 끝난 뒤 산더미 같은 증빙자료를 모아 제출하고, 몇 차례의 조정을 거쳐서야 기성대금을 받는 과정이죠.
겉보기엔 “행사비 집행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그럴듯한 명분이 있지만, 정작 법적으로는 애매하고, 현실에서는 업체들만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2023년 업계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 이벤트 대행업체의 68%가 사후정산으로 인한 경영 부담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사후정산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는 사례까지 있었습니다.
사후정산, 왜 생긴 걸까?
사후정산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여러 설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감사원 퇴직자 전관예우를 위해 도입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공공계약의 기본 원칙이 총액확정계약이라는 사실입니다.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전체 공공계약의 90% 이상이 총액확정계약 형태이며, 행사대행 용역 역시 대부분 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사후정산은 법적 근거가 있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현장의 목소리: “우리가 봉인가요?”
대행사 입장에서 사후정산은 시간·인력·비용 3중고를 안겨줍니다.
예를 들어, 3억 원 규모의 행사 한 건을 사후정산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증빙자료 정리에 평균 1-2명의 직원이 1 개월 이상 투입됩니다.
인건비와 행정비용만 최소 500만 원 이상 발생합니다.
대금 지급이 늦어져 업체 운영 자금에 부담이 가중됩니다.
이 때문에 사후정산으로 현금 흐름 문제를 겪는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사후정산이 가능한 경우는 따로 있다
법적으로 사후정산이 허용되는 경우는 아주 제한적입니다.
과업 변경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
참가자 수 변동으로 실제 비용이 달라지는 경우
법정 정산의무(예: 국민건강보험료) 등이 부과되는 경우
이 외에는 포괄적인 사후정산 요구는 계약상 이익 보호 원칙에도 어긋나며,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 모두 계약 상대방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말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결론은 간단합니다. 총액확정계약인 행사대행 용역에 사후정산은 원칙적으로 불필요합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법령을 우회하지 말아야 하고, 대행사도 정당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계약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은 기본입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신뢰할 수 있는 계약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게 바로 공공기관과 민간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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