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광복 80주년을 축하하며 조용경 박사

2025.09.09 03:07 본인 조회 340 댓글 0

조용경 작곡가·공연 연출가광복 80주년 행사들로 전국이 뜨거운 8월이다. 광복절 전야제와 국민 임명식 등 온 나라가 광복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올해의 광복절은 어느 때보다 큰 울림을 줬다. 필자에게도 이번 광복절은 특별했다.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경축식의 연출을 맡아 무대라는 예술의 언어로 광복의 의미를 새롭게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축식은 단순한 국가적 의례가 아니다. 그것은 의례와 예술이 만나는 자리이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통로다. 의례는 형식을 지탱하지만 예술은 그 형식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국민의례와 만세삼창이 의무적 절차에 머문다면 공허한 구호가 될 뿐이다. 그러나 음악과 무용, 영상과 퍼포먼스가 결합할 때 시민은 그것을 체험으로 받아들이며 오늘의 삶과 내일의 다짐으로 연결시킨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축식은 기념의 장을 넘어 성찰의 무대로 확장된다.

 

충남은 유관순 열사의 고향이자 수많은 독립운동의 발원지다. 이번 광복절 경축식 무대에서 필자는 지역적 기억을 넘어 보편적 가치로 확장되는 광복의 의미를 강조하고자 했다. 어린이 합창단이 ‘광복 축하합니다’를 노래하고 어르신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는 장면은 단순한 행사 장치가 아니라 세대를 잇는 약속이었다. 과거의 희생이 현재를 살게 하고 현재의 다짐이 미래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예술은 그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광복절에 열린 수원시민대합창은 큰 울림을 줬다. 수천명의 시민이 하나의 목소리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합창곡을 불렀을 때 그것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 거대한 체험이었다. 합창단 무대 위의 몇몇이 아니라 광장에 모인 모두가 주인공이 돼 노래했을 때광복의 의미는 개인의 감정을 넘어 공동체의 약속으로 확장됐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순간 광복은 추억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재가 됐고 음악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언어가 됐다. 충남의 경축식 무대와 수원의 시민대합창은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모두 예술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역사를 체험하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감동적인 무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중요한 것은 광복의 정신이 오늘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다. 광복은 1945년의 역사적 사건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현재진행형의 과제다. 예술은 언어로는 전하기 어려운 메시지를 감각과 감동으로 각인시킨다. 무대 위에서 노래와 몸짓으로 표현된 광복의 기쁨과 환희, 그리고 다짐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추는 등불이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축하가 아니다. 오히려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고 내일의 방향을 점검하는 성찰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예술이 있다. 이제 우리는 광복 100주년, 200주년을 향해 걸어간다. 그 길 위에서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다음 세대에 어떤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 과거의 희생을 기념하는 것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그 정신을 오늘의 삶 속에서 새롭게 살아내며 미래로 전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예술로서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경축식은 국가적 의례를 넘어 예술이 생명을 불어넣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무대가 된다. 예술이 불어넣은 감각과 감동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삶으로, 현재의 다짐을 미래의 약속으로 이어준다. 바로 그 순간 경축식은 기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 오늘의 성찰, 내일의 약속이 된다.

 

“사랑하는 대한민국, 광복 80 축하해.”

 

본 내용은 경기일보 8월25일자 [문화산책] ‘광복 80주년을 축하하며’ 로 실린 글을 필자에게 전달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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