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조용경 음악감독의 ‘케이팝’ 플랫폼의 가능성

2025.07.28 10:59 조용경 조회 490 댓글 0


전통 설화의 세계관에 케이팝 아이돌이 등장한다. 액션 판타지, 영웅 서사와 케이팝 음악이 결합된 이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를 팬덤에 빠뜨렸다.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다. 케데헌은 지금까지의 케이팝 콘텐츠들과는 결이 다르다. 음악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까지 아우르는 융복합 IP 콘텐츠로 이미 수많은 글로벌 팬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케데헌은 단순히 ‘퇴마사 아이돌의 이야기’라는 설정을 넘어 케이팝의 감성에 한국형 영웅 서사를 결합한 최초의 대형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ITZY에게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여돌(여자아이돌) 그룹 ‘헌터스’와 방탄소년단, 스트레이 키즈, 빅뱅을 참고해 만든 남돌 그룹 ‘사자 보이즈’. 이 두 아이돌의 이야기는 케이팝 음악에 한국 신화와 전통문화의 서사를 녹여내며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지금까지의 고전적인 음악 산업의 틀을 깨고 ‘케이팝 음악 기반의 서사형 세계관’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케데헌은 시작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튜브에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은 단기간 내 수백만뷰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캐릭터별 팬아트와 챌린지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극 중 사자 보이즈가 부른 ‘소다팝’이라는 곡의 챌린지는 원작 안무가부터 ‘투어스’, ‘제로베이스원’ 등 실제 아이돌까지 참여했다.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 팬들의 2차 창작을 유도하는 구조 안에서 케데헌은 이미 ‘팬과 함께 만드는 이야기’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10, 20대 팬들에게 강한 몰입을 제공하며 기존 케이팝 소비층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고 있다.

 

산업적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케데헌의 OST 음반과 콘텐츠는 이미 일본, 북미, 동남아 등 여러 국가의 콘텐츠 플랫폼에서 소개됐고 특히 OST는 빌보드 핫100 싱글차트에 동시에 진입하며 ‘스포티파이’ 1위에 오르는 등 국내외 주요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BTS의 기록을 뛰어넘은 쾌거다. 이뿐만아니라 작품의 영감이 된 전통상품까지 품절 대란으로 이어졌다. 이는 케이팝이 단지 공연 중심의 산업을 넘어 IP 기반의 스토리텔링 서사와 캐릭터 중심의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다. 미래형 음악 콘텐츠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점이다.

 

음악은 그 자체로도 소비 가능하지만 뮤지컬, 드라마같이 서사 중심의 콘텐츠를 끌고 갈 수 있는 ‘확장적 플랫폼’으로 소비될 때 그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이때 음악은 단순히 캐릭터의 정서나 이미지를 표현하는 보조적 역할을 넘어 음악 스스로 중심축을 가지고 서사적 구조 속에서 다른 장르와 결합하고 확장하는 기능을 한다.

 

이를 통해 이 같은 상업적 성과도 이뤄낸다. 케이팝 음악 제작에 있어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대 중심의 퍼포먼스, 비주얼이나 콘셉트를 넘어 서사형 세계관 속에서 팬과 콘텐츠가 상호작용하는 구조적 변화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음악’이 있다.

 

지금 우리는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아니라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 막 열린 그 문을 통해 우리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그것은 창작자와 소비자, 산업과 예술 모두의 몫이다. 이 새로운 도전을 반갑게 바라본다.

 

 

 

본 내용은 경기일보 7월21일자 [문화산책] ‘케이팝’ 플랫폼의 가능성에 실린 글을 필자에게 전달받았습니다. 댓글을 보면 매우 좋은 내용라는 것이 주를 이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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