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행사대행업 맑음이냐 흐림이냐?
새해 첫 인사가 너무 무거울까요?
저는 1990년 대학을 졸업하고 이벤트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토목공학을 전공했지만 전공에는 관심이 없었고 어느 날 우연히 들은 ‘이벤트업’이라는 말에 확 꽂혀서 주저없이 직업을 택했습니다.
기업행사에 처음 맛을(?) 봤고 이후 93대전세계박람회, 95서울모터쇼, 98한일슈퍼엑스포, 대한민국 과학축전 등 다양한 행사 경험을 했고 회사도 이벤트전문회사를 거쳐 광고대행사에 근무를 했습니다. 다행히 적성이 맞아 가끔 괴롭히는 광고주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습니다. 1990년 중, 후반 광고업계에서 알아주던 3대 악질광고주(당시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했죠. 지금 같으면 무기징역감입니다만.. )를 만나 평생 얻어먹을 욕 1시간에 다 먹은 적도 있고.. 그래도 그분들 때문에 맷집 하나는 정말 강해졌습니다.
1998년 이벤트넷을 만들었습니다. 전문직이라는 인식제고, 행사대행업의 위상제고 등이 이벤트넷을 만들게 된 배경이었고 나름 역할을 하면서 지금껏 26년을 지냈습니다. 이후 박사도 취득했고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을 만들어 실적도 만들었고 나름은 업계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해왔다고 감히 자부를 합니다. 학생들에게 특강을 통해 업의 실체도 알려보고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부당한 제도나 규정에 대한 항의도 해보고 여러모로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거의 30년 정도 지났음에도 30년 전에 했던 업계의 부정적인 상황이 지금도 하나도 변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체념을 하게 됩니다. 과연 내가 뭔가를 한다고 해도 변하는 것이 없고 오히려 퇴보를 하고 있는듯한데 과연 나의 행동이 적정한가? 라는 생각입니다.
요즘 특히 행사대행업을 보면 암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저만 드는 것일까요?
최근 국가적으로 가슴 철렁하게 하는 일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불행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없어지는 것이 바로 ‘행사’입니다. 당연히 국가적 슬픔에 동참해야 하고 흥겨움을 자제해야겠지만 ‘행사’라는 인식이 그저 먹고 마시고 즐기고 노는 정도의 인식으로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결국 행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행사대행업이 직면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겁니다.
두 번째는 행사대행업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입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코로나 이후에 ‘예산을 들여서 행사를 해야 하나?’라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마케팅 환경이 바뀌어 행사보다는 모바일로 채널이 바뀌고 있다는데 이 문제도 심히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외 상황(전쟁, 달러강세) 등으로 기업환경이 급격한 변화에도 기인합니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의 구조조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셋째, 행사대행업의 구조 변화입니다.
축제감독, 행사감독, 분리발주, 문화재단 등이 원인이 되어 이벤트회사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거나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정도로 전락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축제감독이 업체 선정 등 관여를 하면 기존의 구조에 붕괴를 가져오게 된 겁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행사대행업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넷째, 인적자원의 변화도 있습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정부의 취업관련 지원(실업급여, 청년실업지원) 등으로 정규직을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높아졌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각자의 인식이 우선이지만 한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계약직이나 일용직을 하더라도 정규직과 급여차이가 없고 각자의 시간을 보장받는다는 장점으로 받아들여 이런 경우가 상당히 늘었습니다. 그래서 기획사뿐만 아니라 소위 시설, 장치업의 경우에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인력공급회사도 매우 증가한 추세입니다.
암울하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행사가 갖고 있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에는 온라인 사업이 주를 이뤘습니다. AR, VR, 메타버스 등이 유행을 이뤘고 당시 관계자들은 코로나가 끝나도 메타버스 등은 선택적으로 활용될 것이기에 어느 정도는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떤가? 요즘 메타버스를 일부라도 하자면 동의하는 행사주최자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만큼 행사는 직접 대면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에 행사의 미디어적 특성을 대체할 만한 수단은 없습니다. AI가 발전하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반드시 대면미디어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또한 어떤 이는 이럽니다. 행사대행사 중에서도 전문적인 곳과 가족경영이 가능한 곳은 경쟁력이 있다는 겁니다. 타당한 얘기입니다.
2025년, 진심 도약하고 행사대행업의 위상이 그나마 높아지기를 진심 기원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 입이다.
엄상용(이벤트넷 대표, 이벤트국제회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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