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9일 매경  인터뷰 기사입니다. 

정말로 업계가 심각합니다. 6월 넘어가면 절반은 도산할 듯합니다. 

부디 진정되었으면 합니다. 

(기사전문)

코로나 위기 겪는 이벤트산업협동조합 엄상용 이사장

기업 행사와 지역 축제

상반기에 1만건 취소돼

지금 상황 3개월 더 가면

이벤트업체 절반 문 닫아

정부대출·고용지원금 외에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계약 이행·공정 거래 등

실질 협력대책 나오기를

이덕주 기자

"이벤트 기업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길어봤자 3~4개월 정도입니다. 6월까지 행사가 없으면 조합원 중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합니다."

최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기자와 만난 엄상용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엄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상반기 취소된 행사가 1만건인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3000억원에 달한다"면서 "7월과 8월은 원래 비수기인데 올해는 추석도 10월 초에 있어서 행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하반기에는 이벤트 기업이 줄도산할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다. 이벤트산업협동조합은 기업 행사, 지역축제 등 행사대행업을 하는 기업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엄 이사장은 "행사대행업에서 하는 이벤트는 모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대면이 주를 이룬다"면서 "사람들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이라고 말했다. 국제회의, 전시 등을 뜻하는 마이스(MICE)산업과 더불어 이벤트산업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가 막중하다.

엄 이사장은 "기업 행사는 이미 하반기까지 취소가 확정됐다"면서 "코로나19 위기로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데 마케팅 등 행사와 관련된 비용이 가장 먼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해외 행사도 모두 중단됐다. 엄 이사장은 "올해 도쿄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일부 대행사는 특수를 기대했지만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엄 이사장은 "많은 기업이 행사를 온라인 이벤트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건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 매출도 높지 않다"면서 "기본적으로 이벤트란 것이 대면 행사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유일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행사다. 엄 이사장은 "공공기관들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아직 하반기 행사를 취소하지도 않고 입찰을 받고 있는 곳도 있다"면서 "취소되더라도 어느 정도 인건비를 대행사에 주는데 이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엄 이사장은 "모든 매출이 사라진 상황에서 운전자금이 조금이라도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 시점에 가서 취소하더라도 입찰 등 절차를 규정대로 밟아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대출이나 고용유지지원금보다 조금이나마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 더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엄 이사장은 "행사 대행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을`의 입장에 있기 때문에 계약 취소 등에서 불공정한 사례가 발생해도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면서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엄 이사장이 공공기관에 호소하는 이유는 이런 이벤트를 통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행사 도우미(진행요원)가 전국에 2만명이나 되고 일회성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일자리가 행사 때마다 많이 창출된다"면서 "지역축제가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은 행사대행업의 직접적인 종사자만 2만명이고 방송장비 등 간접적인 고용 인원까지 하면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엄 이사장은 행사대행업을 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여행·관광숙박·관광운송·공연업 등 4개 업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있는데 행사대행업도 추가 지정돼야 한다"면서 "이벤트 회사에는 큰 기업도 없고 활동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벤트산업협동조합은 이달 초 관련 6개 단체에서 업종·분야·지역별 대표 50여 명이 모여 대책을 긴급히 논의했다. 한국 행사대행 관련 단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엄 이사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엄 이사장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초유의 사태에 모든 산업이 어려움에 있지만 행사대행산업 종사자를 위한 정부의 선제적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이 위기가 이벤트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