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10월 17일 금요일 저녁 5시.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의 개회식이 막을 올렸다.
(선수단 입장, 3만명의 관람객이 모였다. 다른 체전과는 다르게 자발적 참석자가 매우 많았다)
행사평가와 관람객 만족도 조사를 맡은 나는 전날 도착해서, 당일 이른 아침에 경기장을 나갔는데.. 보안문제로 사전 등록에 착오가 생겨 출입에 제한이 걸렸다. 주관 대행사의 발 빠른 대처로 간신히 입장을 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라 보안 검색도 까다로웠고, 경기장 규모가 워낙 커서 동선 파악만 해도 한참이 걸린다. 5시가 되자 경기장 트랙과 주무대에서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면서 막이 오른다.
이번 개회식은 분명히 달랐다.
(부산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뮤지컬 형식으로 꾸몄다)
부산의 옛 항구, 부두의 노동자, 영화 ‘친구’의 한 장면처럼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부산의 풍경이 뮤지컬 형식으로 살아났다. 단순히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스토리와 음악, 연기를 엮어 하나의 공연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동안 전국체전의 주제공연은 다소 설명적이고 상징적인 연출이 많았지만, 이번 무대는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고 할까?
현장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사람들은 공연의 흐름을 따라 손뼉을 치고, 아이들은 무대의 불빛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젊은 부부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 정말 많았다는 점이다. 전국체전에서 이런 풍경은 드물다. 대부분 동호회나 주민 단체 중심으로 구성된 관람석에 어린이들이 이렇게 많이 앉아 있는 모습을 나는 처음 봤다. (전국체전을 10여 차례 본 경험이 있다)
(유독 가족관람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일반적인 체전에는 보기드문 모습이다)
아이를 대동한 젊은 엄마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사전 홍보 영상을 보고 “아이들과 꼭 가보고 싶었다”는 대답을 한다. 이는 이번 체전이 단순히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가능서을 보여준 행사다.
약 3만 명이 입장한 경기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일반 관람객 입장은 16시부터 E게이트로 시작이 되었다. 부산시에서 준비한 각종 기념품을 한가득 안고 들어오는 관람객들은 뿌듯한(?) 기념품에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한다. 도대체 줄이 끊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물밀듯이 밀려오는 관람객의 줄은 끝이 없다. 저 멀리 보이는 전시부스(보통 체전 경기장 주변에 지자체나 해당 도시의 공기관 등이 전시장을 꾸민다) 에도 사람이 어마어마하다. 입장한지 2시간 반이 지난 6시30분이 되어서야 서서히 인파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자발적으로 찾아온 시민이 많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다. 자연스럽게 관람객의 연령대가 젊어지고, 행사 분위기 또한 한층 생동감 있게 바뀌었다. 물론 중, 장년층도 많이 왔고 이분들도 역시 열띤 호응을 벌인다.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 E출입구 광장의 전시코너, 엄청난 인파가 모였다)
이번 개회식은 KBS N, SBS M&C, 그리고 아일랜드브릿지(대표 장기석)가 공동으로 제작을 맡았다. 특히 아일랜드브릿지는 전국체전, 도민체전, 생활체전 등 다양한 대형행사를 연출해온 경험이 풍부한 팀이다. 그 노하우가 이번 공연에서 제대로 발휘되었다.
전통적인 ‘주제공연’의 형식을 탈피해 음악, 무용, 드라마를 결합한 뮤지컬형 개회식을 선보였고, 이는 전국체전 역사에서 상당히 혁신적인 시도였다. 앞으로 전국체전뿐 아니라 도민체전, 생활체전 등에서도 이런 형식을 참고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체전 관람객 만족도 조사를 여러 번 했지만 이번 처럼 호응이 좋았던 경우도 드물다)
물론 만족도 조사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하루였다. 대통령 참석으로 인해 출입 제한 구역이 많았고, 워낙 넓은 경기장 구조 때문에 조사원 배치와 동선 관리가 어려웠다. 하지만 현장 스태프와 협력하며 체계적으로 진행했고, 결국 무사히 모든 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
전국체전의 경우에는 사전행사, 공식행사, 식후행사를 보고 나오는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해야기에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해야 한다.
(오후4시부터 시작된 입장이 6시30분이 되서야 살짝 줄어든다. 3만명 운집)
이번 부산 전국체전 개회식은 단순한 개막 행사가 아니었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에너지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시민이 주인공이 된 축제였다. 나는 이 현장에서 ‘새로운 전국체전의 모습’을 봤다. 앞으로의 체전이 이렇게 사람 중심, 이야기 중심으로 바뀐다면, 진정한 국민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1년 전부터 준비를 했고 수개월 전부터 부산에 기거하면서 이번 행사를 만든 모든 행사관계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또한 감독제였기 때문에 어쩌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 있었을 터인데 이를 극복하고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친 KBS N, SBS M&C, 그리고 아일랜드브릿지(대표 장기석)의 관계자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2026년은 제주도에서 펼쳐진다. 올해와 어떻게 차별화된 개폐막식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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