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제안서 평가위원회의 ‘빌런’들, 우리는 괜찮은가

2026.02.23 12:42 엄상용 조회 169 댓글 0

행사평가위원회의 ‘빌런’들, 우리는 괜찮은가


 

 입찰 제안서 평가는 행사 산업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제안에 참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들어오는 자리다. 선정되면 기쁨이 크지만, 탈락하면 그 상실감 역시 상당하다. 그만큼 공정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간이 바로 평가위원회다. 그런데 현장을 오래 지켜보면, 가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목격된다. 흔히 말하는 ‘빌런’ 유형의 평가위원들이다. 

 

물론 모든 위원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대다수는 성실하고 공정하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몇몇 유형은 분명히 업계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① 규정을 바꾸려는 평가위원 

 

평가가 시작되면 행정 담당 공무원이 절차를 설명한다.

발표 20분, 질의응답 15분 등 사전에 공지된 규정이 안내된다. 그런데 이때 “20분은 너무 길다. 15분으로 줄이자” “질의응답은 5분이면 충분하다”라며 즉석에서 규정을 바꾸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평가위원은 운영자가 아니다. 정해진 규정 안에서 평가를 수행하는 역할이다.그럼에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는 행정 담당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 공정성 논란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②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 

 

가장 흔한 사례다.발표 도중 휴대폰을 보는 평가위원들이다. 물론 “자료를 검색하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있다. 실제로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카카오톡 메시지 확인, 주식 시세 조회, 심지어 통화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벨소리가 울리는 상황도 적지 않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프레젠터가 수개월 준비한 제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평가위원이 다른 화면을 보고 있다면, 그 집중도는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다. 

 

③ 윽박지르는 질문

 

 “이것도 모르냐.”“제안서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이게 뭐냐.” 이런 발언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 질의가 아니라 질책에 가깝다. 평가가 아니라 감정 표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평가는 점수로 하는 것이다.굳이 인격적 모독에 가까운 표현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다. 간혹 발표자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장면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④ ‘무늬만 전문가’ 행사라는 산업은 경험의 산업이다.기획과 운영을 실제로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해도 차이는 크다. 그런데 일부 위원들은 자신이 아는 한 가지 주제에만 집착한다.“직원 몇 명 투입하느냐.”“KPI는 무엇이냐.”“왜 음향과 조명을 외주 주느냐.”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안의 전체 구조나 맥락과 무관하게 단편적 질문만 반복될 경우, 평가는 왜곡된다. 심지어 현실과 동떨어진 질문도 있다.“테러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은 안전계획 점검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범죄 대응은 기본적으로 국가 치안 영역이다. 책임 범위를 구분하지 못한 채 던지는 질문은 현장을 당황하게 만든다. 

 

⑤ 평가가 아닌 ‘자문’을 하는 사람들 평가회의는 평가를 위한 자리다.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자문위원처럼 행동한다. “이건 이렇게 고쳤으면 좋겠다.”“다음에는 이렇게 해라.”“내가 보기에는 이런 방향이 낫다.” 의견 제시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자리는 점수를 부여하는 공식 절차다. 자문과 평가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⑥ 시간을 재촉하는 위원 평가 일정은 통상 2~3시간이 소요된다.그런데 “기차 시간이 있다”, “비행기를 타야 한다”며 서둘러 마무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평가 종료 후 모든 위원이 서명해야 절차가 마무리되는데, “다른 곳은 안 하던데 왜 여기만 하느냐”고 항의하는 장면도 발생한다. 평가위원은 공적 절차에 참여하는 자리다. 개인 일정이 우선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평가위원도 전문성과 태도가 필요하다 평가위원회는 공정경쟁을 보장하고, 가장 우수한 제안을 가려내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그만큼 위원의 전문성과 태도는 중요하다. 행사 산업은 사람의 산업이다.기획자와 운영자, 행정 담당자, 그리고 평가위원 모두가 산업의 품격을 만들어간다. 이번 논의는 특정인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오히려 우리 모두를 돌아보기 위한 질문이다. 나는 평가 자리에서 충분히 전문적이었는가.나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는가.나는 공정성에 기여했는가. 행사 산업의 수준은 제안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평가 문화 역시 산업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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