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섭외 경쟁에 목매는 지역축제, ‘트로트 축제’인가 [왜냐면]- 엄상용

2024.08.21 08:00 이벤트넷 조회 2,084 댓글 0

연예인 섭외 경쟁에 목매는 지역축제, ‘트로트 축제’인가 [왜냐면]- 엄상용 

  

한겨레신문 기사 :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53760.html 

 

 


 

엄상용 | 이벤트넷 대표·한국방송문화기술산업협회장

 지역축제가 어림잡아 전국에서 1200개 이상 열리고 있다. 지역의 특산물, 문화, 역사, 인물, 자연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 주최한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산품을 판매하여 생산자의 소득증가를 이루는 순기능도 있으며 지역을 전국에 알리고 지역의 브랜드 제고에 성공한 곳도 꽤 있다. 지역축제를 국제적 행사로 격상시켜 대형박람회를 유치한 곳도 있다.

반면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축제도 허다하다. 관람객이 수십만명 이상 온다는 축제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방문객 집계에 대한 허수도 있고, 지역에 직접적인 경제 혜택이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있다.

지역축제 대부분은 야외에서 열린다. 대형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고 대규모 인원 집객을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공원이나 지자체가 보유한 대규모 유휴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지역축제장에 관람객이 몰려도 원도심이나 번화가에는 관람객이 모이는 경우가 드물다. 지역 중심 상권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외곽에만 관람객이 와서 머물다 떠나는 형상이다.

지자체가 외형, 즉 관람객의 수를 늘리기 위한 집객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연예인’이다. 연예인을 동원해야만 지역민들이 대거 행사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지자체에서 큰 예산을 투입한 축제장이 썰렁하면 그것도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요즘 지역축제는 어떤 연예인이 오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린다. 음악 공연이라면 당연히 출연진의 라인업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역축제가 너도나도 연예인 경쟁을 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지자체는 본격적인 연예인 섭외 경쟁에 돌입했다. 3년여 야외활동을 못 했으니 관람객 입장에서는 야외 나들이가 매우 하고 싶었을 것이고 이에 따른 축제를 수년 만에 개최했으니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도가 지나칠 정도의 경쟁으로 심화하고 있다.

연예인 공연을 위해서는 그만큼 무대, 음향, 영상, 구조물 등 대형 야외 설치물을 시설해야 한다. 결국 예산의 30% 이상이 연예인 공연으로 소요되고, 더 많은 예산을 들이는 곳도 허다하다. 야외 공연에 따른 임시 시설물을 설치해야 하니 안전사고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 실제로 야외 공연 준비를 위해 설치물 작업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나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연예인 섭외가 경쟁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이들의 출연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인기가 많은 트로트 가수의 경우에는 출연료를 줘도 부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담당자들이 애타 한다.

지역축제의 본질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종의 지역 마케팅 활동이다.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거나 지역의 유적, 문화재, 인물, 자연 등을 이용하여 방문객을 끌어들여 지역을 알리고 지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

지역소멸의 위험이 있어 정주, 이주를 독려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지역과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관계인구’ 등을 내세워 지역의 방문객을 늘리려 하고 있다. 지역축제는 관계인구를 늘릴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그럼에도 본연의 목적은 등한시하고 연예인 위주로 돌아가는 지역축제는 분명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의 피 같은 세금으로 지역을 알리기 위해 지역축제를 개최한다. 단순히 비싸고 유명한 연예인을 초청하여 공연하는 것은 지역축제 본연의 목적은 아니다. 연예인 공연을 지양하고 지역축제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지만 실제로는 참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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