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2] 겸손한 자존심

2009.04.19 22:52 이벤트넷 조회 5,717 댓글 0

어린 시절 광고주를 대할 때마다, 항상 고민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 비굴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 ‘내가 너무 나서서 건방져 보이진 않았을까?’

이후에도 ‘과연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사회인으로서의 적절한 모습일까?’ 라는 고민은 약 서른 중반까지도 계속 되었습니다.

비굴하지도, 건방지지도 않게 행동하려고 노력했고, 성공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사무실로 왔습니다.

혼자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이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또 다른 나의 모습에 몸서리 칩니다.

도려낼 수 없는 비굴을
가슴 속 깊이 묻은 채,
치장한 가면을 쓰고
오늘도 세상 밖으로 내던져 집니다.

축축한 손바닥을 닦으며
괴물의 아가리 속으로
태연히 들어갑니다.

스스로 살을 깎아내고 피를 받아내서는
괴물의 목구멍 속으로 정성껏 부어 넣습니다.

까아맣게 타들어 가는 내 모습이
비춰지는 거울 속을 들여다 보면서
담담한 내 자신에 놀랍니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걸을 수 밖에 없던 그 길이
숙명적으로 받아들여 지기엔
너무도 나약한 내 모습을 봅니다.

오늘도 세상을 짓 누르는 한마디가
비굴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자네를 믿네!’
<1997년 3월 1일 새벽>


난 이제 비굴하지도, 건방지지도 않을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자신의 비굴함과 건방짐을 포장하는 ‘뻔뻔함’이 내게 더해졌을 뿐이었습니다.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행 Biz의 ‘을’이란 사람이 평생 가져가야 할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오랜 고민의 끝에서 세상에는 세상의 법과 도덕과 상식과 양심이 존재하며, 그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최선의 노력으로 나의 업무 능력을 개발하여 그 능력의 한도 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세상의 질서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그 해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건방지지도 비굴하지도 않게, 그러나 조금은 겸손한 자세로 세상의 질서라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면서 때로는 유연하게, 또 때로는 장애물이나 폭풍우를 강하게 헤쳐가는 것이 삶의 정석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사회에 발을 들여 놓은 지 만 20년, 그 시간 동안 우리의 업을 관조해 보며 생각합니다.

대행 Biz에 있어서 ‘을’은 ‘갑’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면서 그 대가를 받는 사람입니다.

‘갑’과 ‘을’의 관계에 있어서 성격이 나쁘고, 능력이 부족한 ‘갑’은 없습니다.
어리석고 능력 없는 ‘을’이 있을 뿐입니다.
또한 부당한 일을 요구하는 ‘갑’도 없습니다.
부당한 일에 대해 아무 소리도 못하고 불평만 하는 ‘을’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직업, 그 일에 자존심을 가지고 임한다면, 그 스스로에 부끄럽지 않은 행동이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일에 대한 자존심도 없이 세상과 야합하려 한다면, 우리의 직업은 늘 저평가되고 심지어 비하된 그것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우리의 일에 청솔처럼 늘 푸른 자존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또한, 우리는 대행 Biz의 ‘을’의 신분을 가진 전문가 집단으로서 겸손함을 전제해야 할 것입니다.

늘 누군가를 위해서 일 해야 하는 ‘을’의 신세라고 한탄하지 말고, 항상 누군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세상의 리더임을 가슴 속 깊이 새겨둡시다. 더불어 ‘겸손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가진 전문가 집단인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잊지마세요!
우리는 청솔의 푸른 자존심을 가지고, 벼의 겸손함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천혜의 직업을 가진 전문가 집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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