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오제열 총감독~전통문화축제, 힙하게 통(通)하였는가?

2025.07.28 11:03 오제열 조회 964 댓글 0


[오제열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총감독] 최근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까지 전통은 보존과 계승의 대상이었다. 역사 속 정체된 유산으로 인식되며 주로 박물관이나 재현 행사 속에 머물렀다.

 

미래세대는 전통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의 양식을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문양과 의복, 놀이 등 전통적 요소를 일상 속에 끌어와 재창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차용이 아닌 문화적 재구성에 가깝다. ‘힙트레디션(Hip-Tradition)’이라는 개념이 이러한 흐름을 상징한다. ‘힙’은 유행에 민감한 감각, ‘트레디션’은 전통을 의미한다. 두 개념의 결합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대중성의 경계를 허문다.

 

서울 종로의 서순라길이 그 상징적인 공간이다. 조선시대 순라군이 행차하던 이 길은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감성 산책로로 부상하고 있다. 종묘 돌담길과 전통한옥 배경은 SNS 콘텐츠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한복은 고궁 나들이를 위한 전통의상이 아닌 개성 표현의 수단이 됐다.

 

힙트레디션은 K팝 무대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2018년 BTS는 한국 전통 문양을 응용한 한복을 입고 방송 무대에 올랐다.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결합된 전통 의상은 전 세계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올해 1월 블랙핑크 제니는 신라 불교 미학에서 영감을 받은 솔로곡 ‘Zen’을 발표했다. 신라 금관 장식을 모티프로 한 의상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상징적 시도로 주목받았다.

 

전통은 동시대 문화 속에서 새로운 맥락으로 살아나고 있다. 유산으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와 해석을 통해 확장되는 문화가 되고 있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전통을 자신들의 언어로 표현하고 소비하며 시대와 세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문화적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통문화축제는 이 흐름과 얼마나 조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까지 축제들은 보존과 재현 중심의 형식을 고수해왔다. 의례 복원, 전통 공연, 체험 부스 등 익숙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통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미래세대의 감각과 참여를 담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축제가 전통의 생명력을 이어가는 장이라면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미래세대가 관람자가 아닌 창조자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전통문화 요소를 활용한 콘텐츠 공모전, 창작 공연, 이머시브 체험 등 새로운 연결의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축제는 과거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현재의 감각으로 전통을 다시 쓸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의 사례는 충청남도 서천의 ‘한산모시문화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통 모시 직조문화를 중심으로 열리던 이 축제는 오랫동안 장년층 중심의 관람형 행사로 운영되어 왔다.

 

지역 청년기획단이 참여하면서 축제의 흐름이 달라졌다.

 

청년들은 ‘모시 할미’라는 상징 캐릭터를 만들고 지역 오케스트라와 유명 밴드를 결합한 ‘베틀쇼’ 공연을 기획했다. 잠옷을 입고 숙면을 겨루는 ‘잠자리 사수대회’, ‘모시’라는 단어를 활용한 언어놀이 콘텐츠 ‘모시말 대잔치’도 등장했다.

 

전통과 일상, 전통과 유희, 전통과 창의성을 결합한 시도였다. 한산모시문화제는 보존의 공간에서 참여의 축제로 전환됐다.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유산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재정의되었다.

 

질문은 명확하다. 전통문화축제는 미래세대와 함께하고 있는가. 전통을 보여주는 데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그것을 해석하고 표현하며 재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전통은 멈춘 문화가 아니다. 시대를 통과하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해가는 문화다. 축제는 그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열린 장이다. 그 중심에는 미래세대가 있어야 한다. 전통문화축제가 다음 세대를 향한 문화의 흐름에 진정으로 동참하려 한다면 이제는 감각과 언어, 구조와 관점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묻지 않을 수 없다.전통문화축제는 과연 미래세대와 ‘힙하게’ 통하고 있는가.

 

오제열 감독의 기고문으로 필자의 전해준 내용이며 이데일리 7월26일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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